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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김 대리가 죽었대 - 서경희 장편소설 (김대리는 누구였을까?)

by 다우닝:) 2025.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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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리가 죽었대 - 서경희 장편소설

최근 읽은 서경희 작가의 『김대리가 죽었대』는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인 줄 알았지만, 읽을수록 현대 사회의 ‘진실’과 ‘가십’에 대해 날카롭게 질문하는 작품이었다.

 

김대리는 누구였을까

― 가십에 파묻힌 존재와 진실에 대한 이야기

 

“김대리가 죽었대.”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바로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문장이 너무 짧아서 오히려 멈칫하게 되었다. 어딘가 너무 가볍고, 그래서 더 묘하게 무겁다.
'누군가의 죽음이 이렇게 가볍게 이야기될 수 있구나'

라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이 책을 끝까지 읽는 내내 계속되었다.

사실 나는 처음에 이 이야기가 미스터리 소설인 줄 알았다.
김대리가 왜 죽었는지, 누가 죽였는지,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그런 것들을 파헤쳐가는 구조일 줄 알았고, 어느 정도 그런 기대를 안고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이 소설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야기는 ‘죽음’ 그 자체보다 ‘김대리’라는 인물에 대한 의문으로 변해간다.
도대체 김대리는 누구일까? 이 인물은 실제 존재하는 사람일까?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들 어렴풋이 ‘어디쯤 있었던 것 같기도 한’ 정도의 존재감만 말할 뿐이다.

그러면서 점점 혼란스러워진다.
어쩌면 김대리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처럼, 그도 그냥 말속에서 만들어지고 퍼진 허상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더 충격적인 건, 그렇게 ‘김대리’의 존재를 의심하고 있던 와중에 또 다른 뉴스, 또 다른 가십이 등장하면서 그의 죽음이 너무도 빠르게 잊혀진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요즘 세상과 정말 닮아 있다.
자극적인 뉴스는 빠르게 소비되고, 그 안에 담긴 ‘사람’은 점점 사라진다.
한때 큰 이슈였던 사건도, 누군가의 죽음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잊힌다.

아니, 잊히는 게 아니라 덮인다.

더 새롭고 자극적인 이야기로.
그리고 우리도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긴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도 흥미롭기만 하면 클릭하고, 퍼뜨리고, 이야기한다.

읽는 내내 불편한 감정이 따라다녔다.
김대리의 죽음 때문만이 아니라, 그를 소비하고 잊는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아서.
그리고 그 사람들 속에 나도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오래도록 마음에 남은 질문은 이것이었다.


“나는 김대리의 실체를 끝까지 알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그저 흥미롭게 구경하다 떠난 걸까?”

 

 

 

『김대리가 죽었대』는 어떤 면에서는 아주 불친절한 소설이다.
명확한 답도 없고, 선명한 결말도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깊게 파고든다.
이 이야기는 결국 ‘김대리’에 대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초상이기 때문이다.
진실보다 흥미가 우선되는 사회. 존재보다 이미지가 중요한 세계. 그리고 나 역시 그 흐름 속에 익숙하게 섞여 있다는 사실.

“김대리는 누구였을까?”라는 질문은 책이 끝나도 남는다.
그러나 더 큰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지금, 누구를 잊고 살아가고 있는가?”

 

 

마무리하며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묻고 싶다.
김대리는 정말 존재했을까?
그리고 우리는, 진실을 알고 싶기는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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